작성자 AGAC(admin) 시간 2024-04-22 13: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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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노후? 두둑한 은행 잔고 보다 중요한 '이것'

입력 2024.04.20 04:30 13면 

 

[같은 일본, 다른 일본] <111>나이가 들수록 돈보다는 사람

 

◇초고령화 대책의 핵심 가치, ‘에이징 인 플레이스’

 

일본 사회에 대해 자주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고령화 사회에 대한 것이다. 일본은 2007년에 초고령화 사회(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가 되었다. 한국도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만큼, 이 문제를 먼저 겪은 일본의 대응이 궁금한 것도 당연할 듯하다.

 

일본 사회의 초고령화 대책의 핵심 가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영어 표현인 ‘Aging in Place’를 그대로 옮겨 일본어로도 ‘エイジング・イン・プレイス’라고 쓴다.)라고 한다. 행복한 노년 생활의 이상적인 상황을 뜻하는 개념으로 미국에서 시작되었는데, 한국에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는 듯하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란 자신이 원래 살던 곳에서 친숙한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노화를 경험하는 것을 뜻한다. 의료 시설과 대중 교통 수단이 좋은 도시로 이주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젊어서 모은 돈으로 ‘실버타운’에 입주하겠다는 사람도 보았다. 하지만 역시 많은 사람에게 이상적인 노년이란, 가장 편안한 장소인 자기 집에 계속 살면서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가는 모습일 것 같다. 요즘에는 대단히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나 요양 시설, 혹은 실버타운도 있다지만, 서비스가 훌륭하다고 한들 낯선 곳에서 친분이 없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생활에 만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모를까, 그런 삶을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 것 같다. 오죽하면 일본의 여성학자 우에노 치즈코가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원제는 『在宅ひとり死のススメ』)라는 책을 썼겠는가? 독신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으며, 혼자서 집에서 죽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주장을 담은 이 책은 일본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일본 전체 인구의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자를 위한 복지 제도나 의료, 요양 시설이 아무리 잘 갖추어져 있어도, 전 인구의 30%가 고령자를 위한 사회적 보살핌에 의존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에이징 인 플레이스라는 개념은, 고령자가 살기 편한 지역 사회를 만들자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그보다는 경제력이나 신체 장애 등 고령자의 개별적인 사정과 무관하게 자립할 수 있는 생활 환경을 구축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둔다. 고령자가 지역 주민과 상부상조하고, 때로는 지역 곳곳에 배치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편안하게 늙어가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고령화 대책의 방향성은 고령자가 스스로 자립해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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