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셈노인인권전문가와의 대담 및 라운드테이블

작성자 admin 시간 2022-12-15 10: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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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셈노인인권전문가와의 대담 및 라운드 테이블 시리즈 제10차 대담은 20221123 온라인으로 개최되었으며 면담자는 Arne Henning Eide 박사입니다. Eide 박사는 노르웨이 주재 SINTEF 연구소의 건강 관련 연구 책임연구원(Chief Scientist of Health Research)으로,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Professor at the Department of Social Work, Norwegian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Eide 박사는 SINTEF에서 25년간 재직하며 저소득 20여 개국의 장애와 빈곤, 보조 기술(assistive technology), 커뮤니티 기반의 재활 관련 연구에 참여하였습니다. 또한, 수년간 세계보건기구(WHO), 유엔, 유니세프(UNICEF) 등 국제기구와 함께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최근 WHO와 협력하여 35개국에서의 신속한 보조공학 필요 평가(Rapid Assistive Technology Assessment) 이행 사업의 책임연구원으로도 참여하였습니다.

 

금번 대담에서 Eide 박사는 SINTEF의 역사와 주요 연구분야, 그리고 노인과 관련해서 자신이 참여한 주요 연구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특히 자신의 연구 경험에 기반하여 저소득, 중위소득 국가에서의 고령화의 특수성과 건강한 노화를 위한 디지털 기술 활용 방안에 대한 의견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현재 국제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노인인권협약 채택에 대한 의견도 제시해 주셨습니다.

 

1.   SINTEF 소개와 연구분야  

SINTEF는 노르웨이 주재 독립 연구기관으로 규모기준 유럽 내 5대 기관으로 약 2,000여 명의 연구원이 고용되어 있습니다. SINTEF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마셜에 의해 추진된 유럽 부흥계획의 일환으로 60여 년 전 설립되어 현재 비영리 재단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유럽의 대부분 연구기관과 동일하게 정부로부터 기본 보조금을 받지만 주로 다양한 기관과의 계약을 맺고 연구(용역)를 통해 재원을 마련합니다. SINTEF와 연구(용역)계약을 체결하여 기금을 제공하는 기관에는 R&D 시장의 기업, 특히 건강 관련 연구를 지원하는 공공기관, EU 연구위원회(Research Council), 세계보건기구(WHO), 유니세프(UNICEF), 세계은행(World Bank) 등이 있습니다. SINTEF는 유럽에서 기술과 건강 분야에서 높은 권위를 가진 기관입니다.

 

SINTEF는 건설, 에너지, 산업, 대양, 건강과 관련된 기술에 대한 연구를 수행합니다. 특히, 노르웨이의 주력산업인 석유 분야와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습니다. SINTEF의 조직은 여러 개의 전문 분야로 나누어진 연구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Eide 박사는 디지털 기술 전문 연구소인 SINTEF Digital 내 건강연구 부서(Health Research Department)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이 부서에는 약 60여 명이 근무하여 상기 기관 내에서는 소규모라고 할 수 있으나 기술, 건강, 과학 관련 교차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건강 연구 부서는 다시 여러 개의 연구 분야별 그룹으로 나뉘는 데 Eide 박사는 글로벌 헬스 그룹(Global Health Group)에 소속되어 주로 저소득, 중위소득국의 취약계층, 특히 장애인에 대한 연구를 수행합니다. 연구 대상지는 남부 및 중앙아프리카, 중동지역, 그리고 네팔, 인도네시아, 베트남과 같은 아시아 지역 국가입니다.

 

Eide 박사는 25년간 SINTEF에서 근무하며 11개국의 표본 조사를 통해 장애인들의 생활 조건/환경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왔습니다. 글로벌 헬스 그룹의 전문성은 이렇게 취합된 데이터를 조직하고, 분석하고 출판하며 다양한 연구에 활용하는 데 있습니다. 이 데이터는 노인인구 분석에 활용될 수 있는 많은 여지가 있습니다. 사실, SINTEF는 지난 수년간 연구에 의해 축적된 저소득, 중위소득국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된 서베이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SINTEF가 비록 노르웨이 국제개발정책에 따라 우선순위 국가(예, 아프리카 국가)를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해 왔으나 한국을 위시하여 개발도상국의 고령화에 관심을 가진 국가들은  이 데이터를 자신의 목적과 필요에 따라 변형하여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이 데이터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협의와 동의가 있다면 의미 있는 공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노르웨이 노인에 대한 연구와 함의

 

Eide 박사는 자신이 참여한 수많은 연구 프로젝트 중 최근 노인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두 개의 연구 프로젝트를 소개하였습니다. 첫째 연구는 노인학대에 대한 것으로 이 분야 연구 중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 연구위원회(Research Council of Norway)가 지원한 이 연구를 통해 노르웨이 전역 100개에 이르는 요양원 실무자/근로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하고 요양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노인학대의 규모와 특성에 대한 높은 신뢰성을 가진 데이터를 생성하였습니다. 사실상 이 연구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으며 연구 결과가 계속해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 연구는 다른 연구자와 정치인 사이에서도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Eide 박사는 요양원의 환자 안전에 대한 보고체제와 관련된 규정을 조속히 개선하고자 하는 정부 부처 책임자와의 면담에 초청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학술)연구가 정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정치적 논쟁과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 결과는 노인학대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노인학대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며 특히 인적, 물적자원이 부족한 경우에는 더 심각합니다. 또한 이 연구는 노인학대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를 정의하는 데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사실, 육체적, 성적 학대는 심리적, 구두로 행해지는 학대 또는 방임보다는 흔하지 않습니다무엇보다도 이 연구는 사회복지 제도의 모델국이라 불리는 복지국가 노르웨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 양질의 노인 돌봄이 제도화된 노르웨이에서조차도 노인학대가 심각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반면, 노인학대는 사적영역(가정)에서도 심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인학대 문제가 제도 영역과 사적영역에서 동시에 제기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그리고, Eide 박사가 참여한 노인 및 기타 관련 연구는 재가 기반 돌봄 서비스가 어떻게 노인의 사회적 활동에 기여하는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 역시 노르웨이에서 노르웨이 연구위원회의 지원으로 4년간 실시되었습니다. 활동적인 사회활동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으며, 재가 기반 돌봄은 시설 돌봄에 대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에 따르면 재가 기반 돌봄을 받는 노인도 비활동적이고 외로움에 고통받고 있으며 가끔 방문하는 돌봄 간호사가 사회적 관계의 전부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재가 기반 돌봄도 노인의 수동성과 외로움이라는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연구는 재가 돌봄에서 가족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가족을 주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노인, 가족, 돌봄서비스 제공자 간 갈등과 이견이 노인 돌봄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서로 간에 좋은 유대관계가 형성되어야 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이 연구는 재가 기반 돌봄은 쇼핑이나 청소와 같은 생활의 편리성과 연관된 서비스 이상을 제공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노인들은 사회적 활동과 관계망 형성이라는 기본적인 생활 관련 서비스 이상의 것을 원합니다. 이 사실은 재가 기반 돌봄이 노인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되고 재조정되어야 함을 말해 주며 다행스럽게도 이런 방향으로의 변화가 현재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재가 기반 돌봄의 기본적 원칙은 참여와 포용성이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3.   개발도상국에서의 고령화의 특징    


저소득/중위소득 국가에서는 노인 돌봄은 가족의 의무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만큼 재가 기반 돌봄과 시설 돌봄이 아직 대세로 자리 잡고 있지 않습니다. 노인 돌봄에서의 가족의 막중한 역할과 참여는 복지국가와 시설기관이 노인 돌봄을 책임지고 있는 노르웨이와 같은 서구의 상황과 큰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개발도상국에서의 노인은 은퇴와 함께 사회적 참여를 중단하는 많은 서구의 노인과 달리 지역사회 또는 공동체에 지속해서 관여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서구사회와 산업화한 사회에서 재가 돌봄이 시설 돌봄의 대안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으나 개발도상국에서의 방식은 주로 가족에 의한 돌봄으로 전문적인 돌봄 체계를 갖춘 재가 돌봄과 구별됩니다.


가족에 의한 돌봄은 그 자체로서 미덕을 가지며 강한 유대감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으나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특히 노인인권에 대한 의식과 지식의 부족으로 노인학대와 방임이라는 문제를 야기하고 근로 연령의 가족 구성원에게 많은 부담을 지우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들은 빈곤의 문제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빈곤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거나 기존의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빈곤은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타인과 맺는 관계를 규정합니다. 빈곤은 한정된 재원에 대한 투쟁과 갈등을 야기하고 사회적 약자를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실은 고령화와 노인인권의 사안과 연계된 국제개발협력사업에 빈곤의 문제를 동시에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저소득 국가에서 가족 구성원이 인권에 대한 의식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마련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고령화는 개발도상국에서도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이들은 서구사회의 시스템을 채택할 재원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사실 이를 바라지 않는 경우 많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회에서는 시설 돌봄이 문화적으로도 허용되기 힘듭니다. 이런 맥락에서, 새로운 형태의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의 결합이 모색되고 시도되어야 합니다.

 

4.   개발도상국과 디지털 기술

 

저소득 및 중위소득 국가에서도 기술이 노인의 삶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Eide 박사는 WHO가 보조공학 부문에서의 글로벌 협력을 위한 이니셔티브(WHO’s initiative Global Cooperation on Assistive Technology)의 일환으로 지원한 저소득, 중위소득 국가에서 노인과 장애인의 보조공학에의 접근성에 대한 연구에 참여하였습니다. 디지털 기술은 저소득 국가에서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사실상 국제사회의 숙제는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보조공학 제품에 접근할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저소득 국가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열린 자세를 가지고 그 혜택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면, 그리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재원이 있다면 의미 있는 변화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개발도상국에서는 최고의 의료 기술이 도시에 집중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Eide 박사는 말라위에서 시행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현지 의료 활동가에게 교육을 제공하여 핸드폰을 통해 농촌지역 환자들을 수도의 최고 의료 기술진과 연결시키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이런 소규모의 유망한 프로젝트와 실험들이 많은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저소득, 중위소득 국가에서도 디지털 기술이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도록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5.   유엔노인인권협약과 향후 협력 방안

 

Eide 박사는 유엔 장애인 협약 채택을 위한 준비와 이행 과정에 참여하였습니다. 국제 수준에서의 논의와 합의가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러나, 협약을 위한 노력들은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여 동의에 기반하여 공동으로 일을 진전시킨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노인인권협약을 채택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수 있으나 이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한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준비과정은 아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 세계의 문화와 정치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협약의 내용과 체결에 대한 글로벌 수준의 대화뿐만 아니라 내용에 대한 신중한 조율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Eide 박사는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와의 협력 가능성에 대한 큰 관심을 표명하며,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연구자 및 전문가 네트워크 공유를 통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송해영(manji74@asemgac.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