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셈노인인권전문가와의 대담 및 라운드테이블

작성자 admin 시간 2022-09-27 14: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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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셈노인인권전문가와의 대담 및 라운드 테이블 시리즈 제9차 면담은 2022811 온라인으로 개최되었으며 면담자는 영국 Essex 대학의 법학과 교수이자 인권센터(Human Rights Center) 소장인 Andrew Fagan입니다. Fagan 교수의 관심 분야는 인권에 제기되는 윤리적, 정치적, 문화적 도전으로 특히 이러한 다양한 도전으로부터 인권을 방어하는 데 급진적 철학과 정치학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Fagan 교수는 한국과 일본, 중앙아시아, 유럽, 동남아시아, 북미와 남미에서 인권에 관해 강의하셨습니다.


금번 면담에서 Fagan 교수는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 및 인권 관련 특정 관점을 지니게 된 계기를 자신의 성장환경과 연결하여 말씀해 주셨습니다. 또한 인권 프로젝트가 사회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데 가지는 한계, 특히 사회계급 문제에 대한 무관심(class-blindness)’, 급진적 정치학을 통해 인권의 궁극적 윤리적 목적을 이룰 수 있는 방안, 그리고 유엔노인인권협약의 필요성과 관련된 논의에 관해 의견을 주셨습니다.


1.    성장배경과 인권

많은 사람들이 인권이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비정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Fagan 교수는 인권은 정치적으로 첨예한 개념이라는 의견을 견지합니다. 이런 관점은 한국, 일본, 미얀마 등에서의 경험을 통해 확인되고 강화되었습니다. , 인권은 한국과 북한 간의 관계에서, 그리고 아시아와 서구와의 관계에서 첨예한 정치적 논쟁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히 Fagan 교수는 UN 및 제네바에 기반한 국제기구에 의한 위로부터의 인권 접근방식보다 아래로부터의 인권운동과 사회활동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Fagan 교수의 관점은 거리에서의 인권또는 풀뿌리 수준에서의 인권이라고 할 수 있으며,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권리와 인권을 판단하고 운동하며 쟁취하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Fagan 교수의 이러한 관점과 관심 분야는 자신의 성장 과정과 삶의 경험에 의해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런던의 사회경제적 소외 지역의 다문화 가족 환경에서 성장하면서 그는 당시의 인종주의, 빈곤, 폭력을 경험하였습니다. 이후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고 14세에 학업을 중단하였으며 방황의 시간을 보낸 이후 20세에 다시 학업을 시작하였습니다. 학업을 재개한 이후에는 박사과정까지 중단없이 학업에 몰두하였으며  인권 분야의 전문가로서 대학의 교수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인권 학자들이 중산층 이상의 사회적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인권 프로젝트가 심각한 사회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Fagan 교수는 자기 삶의 경험을 많은 인권 학자들이 간과한 분야에 관해 상기하고 연구하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예를 들면, 고소득 국가의 인권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자행되는 인권 유린 사례, 형사재판 제도와 같은 형식적인 인권 제도 등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는 반면 자국의 심각한 빈곤이 인권 유린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 5위인 영국에서는 오는 겨울 많은 사람들이 난방과 식량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빈곤은 젠더, 성적 취향, 인종과 같은 사회 정체성을 망라하여 악영향을 끼치는 주요 요인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인권에 내재한 모순과 긴장

Fagan 교수는 사회정의(social justice)에 대한 관심으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Critical Theory/the Frankfurt School) 및 국제법에 비판적인 제3세계 학자들의 영향 아래 인권 학자가 되었습니다.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길과 방법이 있는 만큼 인권은 사회정의의 하위 개념이며 인권만이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유일한 방안이 아닙니다. 하나의 종으로서 인류는 서로에게 큰 해를 가할 수 있는 파괴적 능력을 개발해 온 동시에 존엄과 자율에 기반한 더 나은 삶을 향한 바람과 열망 또한 표출해왔습니다. 인권 전문가 및 활동가들은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과 구별되는 인권의 고유성은 보편성이라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에 나타나 있는 것과 같이 모든 인간은 존엄한 삶을 영위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원칙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세계인권선언은 주체적이고, 존엄하며, 정의로운 삶에 대한 인류의 바람과 열망을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권은 이런 인류의 열망을 특히 엘리트주의적이고 위선적인 서구의 관점으로 국내외 기득권자가 독점하고 규정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오늘날의 인권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Fagan 교수의 관심 분야, 즉 자본주의와 인권 간의 관계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인권은 신자유주의와 같은 극단적인 시장 제일주의에 기반한 자본주의의 폐해(불평등)에 대한 비판의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많은 인권 학자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의식이 결여된 경우가 많고 인권 프로젝트 담당자들이 세계의 권력자들과 결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향은 근본적으로 사회정의와 양립할 수 없는 것입니다. 진정한 인권 지지자는 현 세계체제의 작동 방식의  모순, 특히 서구가 자신을 인권의 담지자로 여기고, 비서구 국가를 예외 없이 인권에 적대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일부 인권에 반하는 행동을 해온 모순에 대해 훨씬 비판적이야 합니다. , 인권은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인류의 열망을 표현하고 담고 있으나 인권이 제도적으로 작동되고 이론적으로 이해되는 방식은 이런 열망의 실현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Fagan 교수는 인권과 관련한 이러한 모순에 이미 주목하고 있는 학자들과 활동가들이 오늘날 인권의 작동방식에 대해 더욱더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인권 전문가와 활동가들은 자본주의, 사회계급, 빈곤 등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무시해 왔으며 인간을 사회적 존재라기보다는 원자화되고 고립된 개체로 이해해 왔습니다. 그러나, 인간 주체는 상호의존적이며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됩니다. 인권 프로젝트가 이런 모순과 긴장을 이해하고 근본적인 변화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인권이 가진 오늘날의 영향력이 오래지 않아 상실될 것입니다.


3.    인권, 문화, 그리고 정치

인권은 종종 서구에서 기원하고 서구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측면에서 특히 비서구의 권위주의 정부로부터 제국주의적이라는 비판을 종종 받아왔습니다. 동시에, 인권은 고유한 문화와 종교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는 인권침해를 막는 데 역부족이라고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인권과 문화와의 관계에 대해 Fagan 교수는 인권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인권이 서구에서 기원하고 서구의 가치로 형성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기정사실임을 강조합니다. , 서구사회 가치의 핵심인 개인주의는 인권 프로젝트의 근본이며 타협할 수 없는 구성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는 비개인주의적 사회와 문화에서는 인권이 수용되기 힘들 수 있음을, 그리고 인권에 적대적이지 않은 사회에서는 그 사회가 규정하는 사회정의를 이루기 위해 인권이 이용될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따라서 인권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평가할 때 그 비판의 동기와 목적이 무엇인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인권에 대한 비판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인지, 아니면 사회정의를 위한 것인지를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Fagan 교수는 인권이 위와 같은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서구의 인권 커뮤니티가 다른 사회의 제도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서구의 일부 사회는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반성 없이 인권 원칙을 견지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다른 사회와 문화를 재단하고 폄하해왔습니다. 다른 사회에 대한 이런 식의 부정적 판단과 비판은 사실상 설득의 전략으로도 성공하기 힘들며 역효과를 내기 쉽습니다. 불행하게도 서구의 주요 국가 다수는 다른 사회, 특히 개발도상국의 인권 원칙 준수를 서구가 제공하는 원조와 서구시장에의 접근을 위한 조건부로 활용해 왔습니다. 사실상 서구가 이해하는 인권은 보편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 서구가 하나의 단일하고 통합된 가치로 표현되기에는 너무나 다양하고 분열되어 있는 만큼 그들의 진정한 정체성을 표현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인권 커뮤니티가 실제 정치적으로 다양하다는 점과 연결됩니다. 인권은 중도우파에서 극좌파 세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세력에 의해 지지 됩니다. 일부는 사회적 정체성에 초점을 두며, 다른 일부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를 강조하고, 또 다른 일부는 사회적, 문화적 권리를 강조합니다. 또한, 인권은 범죄자, 망명자, 테러리스트의 보호라는 좁은 의미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권은 주거, 교통, 교육, 의료, 고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삶의 영역에서 중요합니다. 이와 동일한 논리로 노인에게 존엄한 삶을 보장하는 것은 인권의 주요한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Fagan 교수는 인권을 근본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에서 재검토하고 재정립할 것을 주장합니다. 이는 더 많은 인권을 더 많은 개인에게 단순 확장하는 것을 넘어서야 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고립된 개체로만 이해되는 개인주의적 가정 그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며 인권을 삶의 전 영역에 연관된 것으로 이해하는 것 또한 요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책임 있는 인권 비판과 노인인권

유엔노인인권협약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Fagan 교수는 유엔의 인권체제와 국제법이 노정하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책임 있는 비판의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여기서 책임 있는 비판이란 현재 존재하는 제도와 장치에 대한 대안을 고려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현 인권 체제가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 온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동시에 인종과 젠더 문제를 무시하는 인권 프로젝트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인권 프레임 안에서 노인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중요하며, 유엔노인인권협약은 노인이 경험하는 고유한 문제를 제기하고 노인인권을 보호하는 데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기 노인인권협약이 국가 수준에서 이행되고 사후 모니터링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궁극적 목적이 아님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 유엔노인인권협약은 노인인권을 위한 시작점일 뿐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Fagan 교수는 마지막으로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지원할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manji74@asemgac.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