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취재노트

작성자 admin 시간 2023-11-14 14: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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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유의 농장, 케어팜

한국은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3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약 949만 9900명으로, 전체인구의 18.4%를 차지한다. 2024년에는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며, 2025년에는 전체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가족구조 변화에 따라 노인 단독 가구나 부부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다. 2022년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홀로 사는 노인가구는 전체 노인 인구의 20%를 차지해, 5명 중 1명이 홀로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홀로 사는 노인, 치매를 앓는 노인 등 취약한 노인 인구에 대한 돌봄에 대한 정책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국가와 사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노인복지 재정과 세대 간 통합을 위한 통합돌봄의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노인들이 요양원이 아닌 자신들의 집에서 건강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역 주도형 정책의 하나로 최근 ‘케어팜’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케어팜’은 돌봄(care)과 농장(farm)을 결합한 용어로 치매, 지적장애, 발달장애 등 보살핌이 필요한 취약 계층에게 자연을 통한 정서적 치료와 자립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신체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복지서비스를 의미한다.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의 다수 국가에서는 이러한 치유농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농업 활동을 통해 참가자들은 동물 돌보기, 농작물 재배, 식사 준비 등 농가의 일상에 참여한다. 또한, 주간 돌봄, 직업훈련 등의 활동을 지원하기도 하며, 농산물을 가공하고, 포장, 판매하는 생산적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케어팜 활동은 노동의 효율성이 아닌 보호와 돌봄, 그리고 탈시설을 목표로 하는 대안으로 실행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취재노트는 한국에서 실행되고 있는 진천군의 ‘생거진천 케어팜’과 나주시의 ‘미니케어팜’을 소개한다. 

 

 

□ 진천군 ‘생거진천 케어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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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군은 2023년 기준으로 전체인구의 18.3%가 65세 이상의 노인이다. 특히 초평면, 문백면, 백곡면, 이월면의 경우 노인 인구 비율이 33.2%에서 47.7%에 이를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지역에는 치매나 중풍과 같은 노인성 질환이 증가하고 있지만, 농촌 특성상 대중교통의 이용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지역 어르신들이 복지서비스 이용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진천군은 2020년, 마을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돌봄 모델 ‘생거진천 케어팜’ 사업을 시작했다. 진천의 생거진천 케어팜에서는 고령의 주민을 포함한 돌봄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농업을 통한 심신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텃밭을 가꾸거나 동물을 돌보고, 정신건강복지센터 등과 연계하여 다양한 농업 활동을 통해 주민들의 질 높은 삶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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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거진천 케어팜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과 수혜자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 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2020년도 진천군에서 실행한 사회조사에 따르면, 지역 어르신들 사이에서 가장 큰 고충으로 ‘경제적 문제’가 41.7%로 도출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진천군은 2023년부터 더욱 세분화된 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단순한 치유 차원의 농업 프로그램이 아닌 대상자의 욕구와 지역 특성에 맞게 케어팜 사업을 추진하고 사회서비스제도와의 연계를 진행한다. 20명의 어르신이 케어팜 활동과 함께 돌봄, 그리고 정서적 지원을 받고 있으며, 10명의 어르신이 일자리 연계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34개 마을에서 이동이 쉽지 않은 고령의 주민 약 590명을 대상으로 마을 경로당의 유휴지를 활용한 케어팜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 단위의 케어팜에는 연 2회 원예전문가가 방문하여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고 반려 식물을 기르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케어팜 사업은 농촌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에게 친밀한 장소에서 보호와 돌봄을 지원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다양한 원예와 농업 활동을 통해 지역 노인들은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지지를 받는다. 노인인권 측면에서 진천의 생거진천 케어팜 사업은 농촌의 제한적인 환경을 극복하고 돌봄을 효과적으로 제공함과 동시에, 어르신들이 스스로 자기 효능감을 느끼며 자신이 살던 곳에서 몸과 마음이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는 면에서 의의가 있다. 

 

 

□ 나주시 ‘치유해요! 힐링해요! 미니케어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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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의 60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23년 8월 기준 전체인구의 32.3%에 달하며, 초고령사회로의 진입과 함께 환자 수의 급격한 증가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나주시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919명이었던 치매 환자 수는 2022년 3,667명으로 불과 3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나주시는 2021년부터 농업 활동과 치매 케어 서비스를 융합한 ‘치유해요! 힐링해요! 미니케어팜’ 사업을 통해 치매 예방 및 건강한 노후를 지향하는 통합돌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사업은 치매 어르신들의 농업 활동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치유를 도모하고, 잔존능력 보존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어르신들은 쌈 채소류 심기, 잡초 제거, 비료 작업, 꽃밭 관리 등의 농작업을 통해 일상에 활력을 더하고, 수확물을 지역 내 치매 환자나 홀몸 어르신 등 취약 계층에 전달하여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한다. 특히, 매년 어르신들이 수확한 배추와 무로 직접 김치를 담그는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는 이웃과의 소통과 공감대 형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그룹 활동을 통해 어르신들은 생산적인 일에 참여하고, 적절한 신체활동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인지기능 강화의 기회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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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의 ‘치유해요! 힐링해요! 미니케어팜’ 사업은 단순한 농촌 체험을 넘어서 치매 어르신들에게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혁신적인 사례다. 이 사업은 어르신들의 일상에 활력소를 제공함과 동시에, 지속 가능한 돌봄을 제공한다. 나주시의 케어팜 사업은 신체 건강의 증진과 함께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 관계망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케어팜’사업은 노인 인구에 대한 부양이라는 전통적인 관점을 넘어, 고령사회의 노인들이 질 높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델의 하나이다. 이는 고령화라는 인류의 성취이자 대책이 필요한 과제를 갖게 된 세계 여러 나라에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케어팜은 개인의 건강과 웰빙을 증진하고, 공동체와의 연결성을 강화하며,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는 등 다차원적인 이점을 제공한다. 

 

 

 작성: 강해리 연구원(haerikang@asemgac.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