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취재노트

작성자 admin 시간 2022-06-22 1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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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지자체 모범 사례 취재 노트는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행한 노인인권의 국제적 현안 분석과 유엔에서의 주류화를 위한 로드맵이 제시한 UN 노인인권 협약에 포함되어야 할 노인의 권리 영역’ 34가지를 바탕으로 취재 노트의 사례와 연결해 노인인권의 측면에서 설명한다.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는 해외 연구 및 사례들을 국내에 소개·적용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국내 연구 및 사례들을 해외에 알리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국내 모범 사례들을 소개하고 홍보하여 노인인권 관계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노인의 삶의 질 증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이번 취재 노트는 내가 이웃을 도운 시간을 시간화폐로 적립하여 두었다가, 도움이 필요할 때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타임뱅크 개념을 도입한 서울시간은행을 소개한다.

 

 

한국의 타임뱅크, 서울시간은행

 

 

관련 노인인권 항목: 독립적인 생활을 위한 지원과 장기요양, 자신의 집에서 나이들기, 적절한 생활수준, 일자리 등

 

 

타임뱅크는 비시장경제 영역에서의 봉사활동을 시간적 가치로 환산하여 이를 기록하고 저장, 교환함과 아울러 봉사자와 수혜자의 전통적인 역할 구분에서 벗어나 양자 간의 상호 호혜적인 봉사활동을 지향하는 것이다. , 1시간의 봉사활동=1타임 달러(여러 가지 용어로 사용)로 환산하여 모든 사람의 노동이 동등하다고 간주하며, 이 가치의 교환을 위해 가상의 화폐(지폐나 코인)를 발행하기도 한다 (타임뱅크코리아, 2022).

 

 

타임뱅크는 1980년대 미국에서 모두의 한 시간은 평등하다는 개념에서 시작되어, 모든 사람의 노동 가치를 동등하게 인정하면서 이를 바우처 형식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실제 돈을 지불하는 노동과 비교하여 노동 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타임뱅크가 커뮤니티 케어를 실현하고 지역사회 발전을 돕는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많다. 타임뱅크는 노인이 증가하는 현실 속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과 연계하여 부족한 노인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도움이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한 노인 세대들이 필요할 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노인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국내의 타임뱅크는 2002년 노인복지를 목적으로 구미시 구미요한선교센터에서 시작한 사랑고리운동이 시초이다. ‘사랑고리운동은 노인이 노인을 돕는 노노케어를 바탕으로 현재는 노인일자리 지원사업과 연계되어 더 큰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타임뱅크는 정부의 복지비용을 절감한다는 면에서 정책입안자들에게도 지지를 받고 있고, 현재 국내 복지 정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커뮤니티 케어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타임뱅크는 5개의 가치를 이념적 토대로 한다. 이는 1) 자산에 대한 관점, 2) 노동에 대한 관점, 3) 호혜성, 4) 사회적 자본, 5) 존중이다. 자산에 대한 관점은 모든 사람들이 타인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관점이다. 노동에 대한 관점은 노동의 공익적 가치를 중심으로 노동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서비스와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호혜성은 한쪽에게 일방적인 봉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한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간접자본만큼 사람 간의 관계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자본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다. 존중은 단어 그대로의 의미를 가지며 인종, 성별, 종교 등과 관계없이 모두가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전 세계적으로 타임뱅크에 대한 관심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이미 40여 개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구미의 사랑고리 운동을 시작으로 현재 서울타임뱅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타임뱅크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타임뱅크는 과거부터 한국에서 활발하게 시행되어 오던 농촌 일을 교환노동하는 관습인 품앗이의 현대판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품앗이의 특징을 가지는 타임뱅크는 사회적 관계망을 회복하고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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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간은행 웹사이트 메인 로고(출처: 서울시간은행 네이버 카페)

 

 

서울시간은행20225월 네이버 카페 개설을 통해 시범사업을 개시했다. 서울시는 서울 내에 5개의 지점(국민대-정릉지점, 서울시청지점, 방아골복지관지점, 타임뱅크하우스지점, 서울시민지점)을 설치하여 거점으로 삼고 있다. 서울시간은행에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네이버 카페에 회원가입을 하고, 자신과 가까운 지점의 채팅방을 이용하거나 해당 지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서비스를 받거나 제공할 수 있다. 14세 이상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카페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고, 개인이 가진 재능을 홈페이지에 등록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 요청 게시판에 요청사항을 등록하면 매칭을 해주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서울시간은행은 1시간 활동을 60 타임페이로 계산하고, 카페 가입 시 300 타임페이를 지급하며 최소사용단위는 30 타임페이이다.

 

 

시간은행 제도는 대부분의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활동들을 모두 화폐로 적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모임동행, 쇼핑도움, 심부름동행, 산책동행 등 같이 가주기, 사무보조, 회계 인터넷 검색 등 사무도움, 뜨개질 가르쳐주기, 봉재, 수선 등 공예, 간단한 집수리, 인테리어 도와주기 등 집수리, 이삿짐 도와주기 등 물건운반, 요리해주기, 반찬나눔, 요리강의 등 가사지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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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간은행 시간화폐 설명서(출처: 서울시간은행 네이버 카페)

 

 

이중 타임뱅크하우스지점은 노인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하고 있는데, 노인이 노인을 돕는 노노케어활동을 중심으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노인 한 명이 요청을 받아 탁구·게이트볼 등 생활체육을 1시간 코칭해주면 이를 시간화폐로 적립하고, 향후 이를 사용해 동료 노인으로부터 자기 집 화단가꿈 도움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노인 간 서로배움 교실을 통해 비슷한 연령대의 동네주민이 서로 얼굴 보고 안부 묻기를 할 수 있어 외로움과 고립감 해소를 기대할 수 있고, 노년층의 자기효능감도 높일 수 있다.

 

 

서울시는 시범사업의 결과를 평가하여 2023년 서울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현재 네이버 카페를 보면, 서울시청점의 활동이 가장 활발하고, 다음으로 국민대-정릉지점이 활성화되어 있다. 활동지원 내역을 보면, 자녀 수학 공부 지원, 헤어클리닉 팁 공유, 카풀, 어플을 통한 영상제작, 아이돌봄, 말동무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기부를 위해 글을 올리고 있다. 사업이 시작단계인 만큼 체계적인 평가가 아직까지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지역사회 주민들의 몇몇 후기에 따르면, 재능나눔을 한 것에 만족하고 새로운 인간관계 형성에 만족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참여자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보았을 때 홍보가 조금 더 이루어진다면 지역사회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에게도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확대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0015.5%에서 201023.9%, 202031.7%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간은행을 포함한 타임뱅크는 이러한 사회적 개인화 현상에서 나오는 고독과 외로움, 사회적 소외 등의 문제를 완화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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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간은행 활동가이드(출처서울시간은행 네이버 카페)

 

 

 

 작성: 이제성 연구원 (being08@asemgac.org)​